연예인의 비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늘 마음 한켠이 아프고, 멍하게 된다. 소식을 접하는 순간 누군가 망치로 머리를 때린 것 마냥 멍해진다. 설령 내가 좋아하지도 않고 크게 관심이 많지 않은 스타라고 할지라도 뭔가 모를 애틋함이 있다.
내 인생을 통틀어 연예인 비보 소식의 가장 쓰라림은 최진실이었다. 최진실, 최진영, 조성민. 뭔가 나쁜 기운이 꼬리의 꼬리를 문 것 같다랄까. 아직도 장밋빛 인생에서 역대급 연기를 보여준 최진실 아니 맹순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어제 처음으로 샤이니 종현의 비보를 접했다. 처음에는 쓰러졌다는 기사부터 나중에는 사망 1보라는 기사까지. 뭔가 이런 충격적인 소식을 접할 때마다 어떤 미친놈이 사람 목숨 가지고 이런 오보를 쓰는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오보가 아니었다.
사실 어제는 종현의 비보 외에는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았다. 검색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 마음이 매우 안 좋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출근해서 포털사이트를 보는데 실시간 검색어에 '디어클라우드 나인'이나 '한숨'이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 클릭하고 싶지 않았지만 클릭해버렸다. 그의 유서도, 그의 평소 이야기도, 그가 남긴 음악도 찬찬히 읽고, 보고, 듣고. 그리고 지금은 마음이 안 좋다.
처음 샤이니가 데뷔했을 때가 문득 생각난다. 스키니 진을 입고 누난 너무 이뻐라고 외치던 모습. 케이블 TV에서 멤버들끼리 노래방에서 소년같이 즐겁게 놀던 모습. 오글오글 거리는 무슨 마법 외치던 코믹한 모습까지.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었음에도 기억 남는 것들이 꽤 있다. 게다가 나는 종현의 노래를 좋아했다. 노래방에서 부르다가 숨넘어갈뻔했던 "혜야"라던가. 이하이에게 준 "한숨", 태연과 같이 부른 '숨소리' 등 최애곡 들이 꽤 있다.
나처럼 누군가는 종현의 노래를 좋아하고, 목소리에 위로받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지금 내가 가장 염려되는 것은 그의 죽음을 두고 일부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갑론을박과 마녀사냥이 더 무섭고 가슴 아프다. 그의 자살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이유는 본인 아니고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추측하는 건 좋지만 자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다가 또 한 사람 잡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가수로써 뮤지션으로써 좋은 음악 들려주고, 음악으로 감동을 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고생했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기를.
아래는 종현의 유서 입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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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성격을 탓할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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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 - 혜야
종현 - 한숨(원곡 이하이)
종현, 태연 -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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