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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불타오르는 발바닥! 혼자서 후쿠오카 자유여행 1일차 (JR하카타시티/도큐헨즈/하카타라멘/한큐백화점/캐널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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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공항은 지도 상에서 도심(하카타) 바로 옆에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공항이 시내와 너무 가까워서 여기 사는 사람들은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살고 있는 김해의 모 아파트는 시도 때도 없이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서 좀 피곤하다. 그나마 이제 날씨가 추워지니 문 닫고 살 예정이지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 미니 셔틀버스 같은 게 대기하고 있었다. 그걸 타고서 입국심사장에 도착했다. 작년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2시간 입국심사를 받았던 악몽을 기억하며 이번에는 어떨까 싶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 였다. 후쿠오카 공항도 여전히 입국심사 줄이 길었다. 줄이 긴 게 눈에 보이자 나는 줄을 서지 않고 바로 화장실로 갔다. 장시간 전투를 치르려면 몸을 가볍게 비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큰 거 아니고 작은 거 말하는 거다). 줄을 서자 눈에 보이는 건 죄다 대한민국 여권이었다. 다행히 50분 만에 끝이 났다. 휴..



공항 밖 경치는 날씨가 흐려서 그런 건지 원래 그런 런지 도시가 조금 흐려 보였다. 공항 내 국내선 구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서 감으로 하카타행 지하철을 타고 앉았다. 지하철은 오래된 원목가구 느낌의 분위기가 풀풀 풍기는데 시트는 왜 이렇게 푹신한지 모르겠다. 꼭 부드러운 고양이 털 같았다. 지하철을 내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서려 하니 걸어올라 가지 말라는 표시가 눈에 보였다. 걸어오지 말라는 것은 즉 한 줄 서기 하지 말란 뜻이기도 한데 사람들이 다 한 줄 서기 하고 있었고 한쪽은 걸어올라가고 있었다. 그 한 줄이 우리나라와 반대인 왼쪽이었지만.



JR 하카타시티에서 도큐 헨즈나 한큐백화점 구경은 나랑 별로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사고 먹고 하는 것은 좋은데 일본 후쿠오카 쇼핑을 느끼기보다는 일본 후쿠오카 도시를 느껴보고 싶었다. 뭐 어차피 산다고 해서 담아갈 수도 없었다. 나는 배낭 하나뿐이었으니 말이다.


아침식사를 먹으려고 한큐백화점 9층 10층을 돌아다니니. 10시 30분 현재까지 다 준비 중이었다. 이 두층에는 후쿠오카 명물 맛집을 많이 모아놓았다고 하던데 이렇게 다 모아놓으면 여행으로 찾아다니는 맛이 안나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안티적인 생각을 하면서 일찍 문 여는 가게가 많다는 지하로 내려갔다. 역시 지하는 일찍부터 문을 여는 가게가 많았다. 여행책에서 그랬다. 가게도 많았지만 금요일 아침시간임에도 사람들도 많이들 먹고 있었다. 하카타 하면 라면과 교자 아닌가. 어디가 명물인지 찾기 귀찮다. 어찌 되었든 하카타에서 먹으면 다 하카타 라면이니라!!! 하카타에서 신라면을 컵라면으로 먹어도 그건 하카타(에서 먹는) 라면이다! 라고 생각하며 지하에 있는 아무 라면집에서 라면을 먹었다. 특별히 맛집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국물 맛이 흡사 미소장국과 곰탕국물을 섞은 곳에 기름을 동동 띄운듯한 그런 맛이었다. 내가 맛투어를 하지 않는 이유는 내 입맛은 다 맛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 번화하다는 쇼핑의 메카라고 불리는 하카타역을 나왔다.



첫 목적지는 캐널시티로 향하고자 했다. 무조건 걸었다. 내겐 구글 지도라는 치트키가 있었다. 이 녀석만 있으면 어디든지 걸어갈 수 있다. 길을 걷다가 멀리서 파란 신호등일 때면 서둘러 뛰지 않았다. 잠시 멈춰서 도시를 그저 바라보았다. 어쩜 이렇게 도시가 친숙한지. 건물들의 벽돌들이며, 도로의 아스팔트며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아마 우리가 일본에서 많이 본떠 왔을 것이다) 신호등을 건널 때마다 이상하게 슬프고 구수한 음악이 나왔다. 그리고 아무리 횡단 보다가 짧아도 다 신호등이 있었다. 캐널시티에서 여행객 행세하면서 사진 몇 장 찍고 나오니 책에서 보던 신사가 보였다. 무슨 신사였는데.. 무슨 신사였더라? 딱히 중요하진 않다. 후쿠오카는 딱히 역사적으로 흔적이 많은 도시 같지는 않았다. 특히 교회가 없고 신사가 많은 일본의 특성상 신사에서 느낄만한 것은 별다르게 없었다. 크게 감흥이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신사를 나오니 바로 시장이 보였다. 시장 내 식당의 대부분의 메뉴는 한글도 병행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한 10년 전 아니 그 이전부터 시장 현대화 사업한다고 비 안 맞게 아치 같은 거 세우고 했었는데 여기도 딱 그런 느낌이다. 우리 전통시장의 미래는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한국 물품 파는 가게가 보였다. 이민호를 비롯한 한국 연예인 브로마이드를 덕지덕지 붙이고는 김치 같은 한국음식들을 파는 가게. 반가웠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의 후쿠오카는 왜 중국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아닌 국제시장 느낌이려나?



걷다 보니 나카스 카와바타 역이 보였다. 내 숙소가 여기 근처에 있다. 하카타에서 두정거장 밖에 안 걸리는 꽤 가까운 거리라고만 생각했는데 걸어서도 무리가 없는 그런 거리였다. 이 역에서는 뭘 딱히 봐야지 정한 것이 없었는데 때마침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이 보였다. 들어가서 입장권을 구입했다.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1000엔인가 1200엔인가 하는 입장료를 줬는데 처음에는 "뭐 이래 비싸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하필 내가 입장권을 구입한 그 데스크가 특별전 입장권 판매 데스크였다. 상선 전시는 200엔인가 300엔이었다. 이러니 무식하면 손해지. 타케시라는 분의 특별전을 보았는데 그분께는 죄송하지만 너... 무 감흥이 없었다. 


미술관을 나와 걷다 보니 텐진역 근처까지 왔다. 텐진역은 지하상가가 대단하다고 했기에 텐진역이 보이자 지하로 바로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은은한 간접 조명에 무수히 많이 놓인 가게들은 흡사 거대한 평면 백화점을 연상케 한다. 딱히 나는 쇼핑을 하러 온건 아니기에 나한테는 별로 의미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왜 후쿠오카에 쇼핑 여행을 그리들 오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곳에 쇼핑 올만 했던 것이다.



백화점 내 식당이든 지하철 내 식당이든 시내에 위치한 식당이든 대부분 식당 앞에는 접객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크던 작던 고급이던 아니던 대게 대부분의 식당에는 혼자 먹는 바가 있다. 실제로 혼자 먹는 사람도 꽤 있다. 어쩌다 보니 정말 어쩌다 보니 나는 솔라시티에서 스테이크를 혼자 먹었다. 이유인즉슨 화장실을 찾느라 한층 한층 올라가다 보니 식당가로 가게 되었고, 거사를 치르고 내려가려니 구수한 스테이크 냄새가 나를 자극했다. 게다가 그 점원은 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본어로 자기 가게에 오라고 이야기했다.(알아듣진 못해도 분명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나는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점원이 저 옆에 있는 샐러드 바를 이용하라고 안내해주었지만 딱히 그 미니 샐러드바에서 먹을만한 것은 없었다. 스테이크가 나와서 먹었는데 맛있었다. 근데 고기가 좀 짜웠다. 내심 속으로 '아놔.. 얼마 전에 오사카에서 한국인 상대로 와사비 테러한다더니만 지금 나한테 소금 테러하는가?'하는 우스운 생각이 들어서 히죽히죽 거리면서 스테이크를 혼자 먹었다. 아마 그 점원은 나를 이상한 한국사람으로 봤겠지만 스테이크 맛을 뛰어넘는 와사비 웃음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기분도 좋은데 식후떙이지. 솔라시티에는 건물 내 흡연실이 있었다. 이곳 솔라시티뿐만이 아니라 대형 쇼핑상가에 대부분 건물 내 흡연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건물 내 흡연실이 없어서 실외로 나가서 흡연을 하거나 영화관 같은 곳에 흡연공간이 있다고 해도 들어가는 그 순간 너구리 잡는듯한 냄새가 눈과 코를 마비시키는데 이곳의 흡연실은 달랐다. 조명도 분위기 있게 간접조명으로 아늑하게 마치 '편하게 담배 피우고 가세요'라고 하는 듯했다. 흡연실 설치를 마일드 세븐으로 유명한 JT타바코(재팬타바코)에서 후원한 듯했다. 흡연실 자동문에 서포트 바이 JT타바코라고 되어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담배사업은 광고의 많은 제약을 받고 있어서 KT&G 같은 경우는 문화마케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어차피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를 못할 바에야 문화사업에 쓰는 마케팅 비용을 이처럼 흡연실 개선사업에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작은 서울역의 흡연실부터 시작하기를 권하고 싶다. 성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담배 피우는 인간들을 벌레로 보는지 사람으로 보는지의 시각 차이를 이곳 일본에서 느꼈다. 뭐 하기사 담배 피우는 인간이 벌레가 아니라 우리가 담배를 나쁜 에티켓으로 무장한 벌레처럼 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 걸었다. 그냥 걸었다. 그런데 모두들 왼쪽으로 걸으니 자꾸 부딪힌다. 나는 오른쪽으로 걷는 것에 습관화되어있고 상대방은 왼쪽으로 걸어오니 자꾸만 실례를 범하게 된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헷갈린다. 걷다 보니 자전거가 참 많이 보인다. 번화가나 주택가에서도 자전거를 엄청 많이들 타던데 너무 도로 위를 아무렇지 않게 활보 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인들이 대게 운전을 살살하고 있었다는 점이랄까. 자전거는 난폭했지만 빵빵거림은 없었다. 그나저나 걷다 보니 뭔 놈의 쇼핑센터들이 이리도 많은지 여기도 쇼핑 저기도 쇼핑 저저기도 쇼핑이다. 쇼핑센터뿐 아니라 심지어 동네 편의점들은 소형마트를 방불케하며 소비욕구를 자극할만한 많은 상품들이 가득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즉석식품들은 군침을 나게 만들 정도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방문하는 편의점마다 잡지나 책을 진열해놓은 매대가 있었는데 진열되는 잡지나 책의 종류도 많았고 그곳에서 서점 마냥 책을 장시간 읽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한 곳이 아닌 여러 편의점에서 그런 광경을 목격했는데 이것도 우리나라와 한 가지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카페도 마찬가지다. 엄청 분위기 좋아 보이는 카페였는데 누구는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고 누구는 바로 그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상하게 묘한 풍경이었다. 아마 그 책 읽는 애도 흡연자일 것이다. 그러니 그 냄새 맡으면서 책 읽고 있겠지. 아니 흡연자라고 해도 옆에서 그렇게 피고 있으면 책에 집중이 안될 것 같다만.. 좌우지간 지난번 오사카 여행 때도 그러했지만 참 이상하게 가는 곳마다 우리나라와 뭐가 다른가 하는 그런 차이를 생각하면서 걸었다. 



오전부터 돌아다녀서 기운이 빠졌는데 스테이크 먹고 걷다 보니 오후 3시즘되어 날씨가 너무 화창하게 풀렸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더 움직이고 싶었다. 강 주변에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낡아빠진 한적함이 느껴졌다. 뭐랄까 도시가 조금 잿빛 같은 다소 낡은 느낌인데 그 느낌에서 오히려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랄까? 주거지는 더더욱 그랬다. 주거지에 들어서는 번화가와 단절됨이 느껴질 만큼 평화로움이 느껴졌는데 아마 이런 느낌이 든 데에는 도로 위에 주차해놓은 차들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집마다 다 자가 주차공간들이 모두 있었고 우리 처럼 소방도로나 도로에 주차해놓은 차는 하나도 없었다. 도로가 뻥 뚫려 보이니 한적해 보이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나는 이 한적함이 느껴지는 주택가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다. 발을 마사지했다. 멀쩡히 교통패스 구입해 놓고 그 많은 구역 구역을 다 걸어 다녔으니 내 발바닥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내 FITBIT(스마트워치, 일종의 전자 만보계)에서는 생에 첫 하루 40,000보를 걸었다는 알람이 뜨는게 아닌가. 그렇다 나는 이날 하루 40,000보를 걸어 다녔다. 다년간 키높이 깔창으로 발을 혹사시키며 단련해온 덕이 었을 것이다. 숙소에 잠시 짐을 내려놓고 다시 걸어 인근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돌아와 이날의 분주했던 하루를 정리하면서 후쿠오카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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